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혹은 읽어봤을 <82년생 김지영>을 '단숨에' 읽었습니다. 이런책, 참으로 오랜만입니다. 책을 한참 읽고 있을때는 "책이 재미있다" 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고, 책의 결말도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82년생 김지영>은 내 이야기니까. 그때문에 결말도 이미 내가 알고 있는 딱 그 수준일테니까. 만약 결말이 내 예상과 다르다면 이 책은 아마 판타지 소설로 구분되었을테니까. 그런데 참 신기한 책입니다. 읽고 난 이후, 매일 문뜩 일상속에서 훅- 이 책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바쁜 출근길에 아이가 떼를 부릴때, 그러다가 지각할까봐 서둘러 뛰어가야 할때, 아이가 혹시라도 아파서 어린이집에서 카톡이 왔을때, 클라이언트 미팅에서 저녁 술자리에 참여할수 없는 이유를 말할때 그 사람들의 표정 변화를 볼때...그래요. 내가 바로 81년생 김지영씨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 내 일대기를 다룬 기록을 읽는것 같습니다. 예상이 한치도 틀리지 않는..그런 일대기를.
그래도 작은 위안이 되는점은 그래도 이 책속 "김지영"씨보다는 내 삶이 그리 나쁘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아들을 우선시 하는 시골집 1남 4녀 막내로 태어났지만 부모님은 아들만 위하는 분은 아니었고, 여자라는 편견때문에 나쁜일을 당한적은 그리 '많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비록 맞벌이지만, 육아도 병행할수 있는 회사에서 탄력근무시간 혜택까지 받고 있고, 맞벌이의 삶이 그리 힘들지만은 않으니까요. 하지만, 왜이리 이 책을 읽는 내내 씁쓸하던지요. 그리고 종종 "맞벌이를 합니다"라고 하면, 애처롭게 저를 바라보던 사람들의 시선들이 뒤늦게 문득문득 떠오릅니다. 순간, 난 진정 내가 좋아하는 일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일까...라는 회의감 같은 것이 듭니다.
<82년생 김지영>의 여러 에피소드 중에서도 특히 김지영씨가 임신한 몸으로 버스로 출퇴근할때, 마지못해 자리를 양보해주면서 내뱉는 여대생의 말에 펑펑 울었다는 부분이 너무 마음 아팠습니다. 왜냐면, 살다보니 여자의 상황을 같은 여자가 더 이해를 못해주는 경우가 더 많았기때문입니다. 같은 여자라도, 미혼여성이 기혼여성을 이해할수 있는 없는 부분이 많지요.
책 <82년생 김지영>의 기본 프로필로 이 책은 시작합니다. 그녀의 프로필을 보면, 대한민국 기혼여성의 표본이라고 할수 있는 아주 평범한 여성이죠. 어쩜 이렇게 딱 평균의 프로필을 딱 몇줄에 요약해서 표현할수 있는지. 남편 정대현씨는 스토리 전체 흐름상 이해심이 많은 편인 남편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평균보다는 좀더 상황이 괜찮은 상태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요. 웃긴건 이 책을 읽는 동안 한편으로는 "그래도 남편이라도 아내를 위하는 부분이 있어 다행이다" 싶었답니다. 그렇지만, 결코 그 남편도 그 이상은 아니었지만요.
이 책의 결말은 결코 해피엔딩이 아닙니다. 82년생 김지영씨의 상황은 현재진행형이었고, 사회속의 많은 김지영씨가 처한 상황도 결코 변화가 없는...말그대로 현실반영을 그대로한 책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최초의 여성대통령, 여성외교부장관 등 여성들의 지위향상이 많아지고 있지만, 82년생 김지영씨는 계속 이 사회속의 약자로 살아갈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녀들이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해서 "여성"이라는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는 거겠죠. 즉, 결혼을 해도, 안해도 우리들의 김지영씨의 삶은 그리 큰 차이가 없습니다. 큰 울림이 있거나 해결책이 있는 책은 아니지만, 이세상을 살아가는 김지영씨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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